14.10.24(금)

몇 주전 문자메세지 한 통이 날아왔다.

10월 25일, 26일 원주에서 열리는 국제걷기대회 참가신청 내용이었다.

2011년에 국내 가장 큰 규모의 100km 걷기대회에 참가한 후 부터 매년 걷기대회가 개최될때 마다 대한걷기연맹에서 날아온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100km를 우습게 생각하고 도전했던 당시... 10시간 만에 하반신에 전해오는 엄청난 고통을 안고 포기를 했던 기억있다. 이후로 기회가 되면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이듬해는 당일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참가가 불가했고, 그 이듬해인 작년은 호주 어학연수 때문에 출국중이라 참가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번 대회는 100km의 절반에 미치는 50Km가 최장코스로, 이하 30km, 20km, 10km, 5km 코스 구간 선택 접수가 가능했다.

주변에 이런 대회를 좋아하는 지인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 혼자서 저 먼거리를 왔다갔다 경비 또한 적지 않게 나갈 것 같아 몇주간을 고민을 했지만...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니고 50km정도면 해볼만 한 도전인 것 같아 결국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원주국제걷기대회, 100km걷기대회)


대회시작 하루전. 저녁 버스를 타고 원주로 향했다. 대회 개최시간이 아침 6시라 하루전 도착하여 하룻밤을 지새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버스 여행 또한 좋아하는 편이라 타 지방에 갈 일이 있을 때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중간에 들른 안동 휴게소.


무사히 원주에 도착하여 대회 출발지인 원주따뚜종합체육관 근처 찜질방에서 숙박을 하였다.


14.10.25(토)


새벽 5시 50분쯤. 대회장인 원주따뚜종합체육관에는 50km 참가자들이 모여있었다. 

하위코스 참가자들은 이후에 출발하여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식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참가 접수증을 제시하면 비닐백에 지도와 함께 위 사진과 같은 인식표를 준다. 위와 같이 빈 칸을 채워 가방에 부착하면 된다. 뭐 꼭 부착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걸어가는 상호 참가자들 사이 인식표를 보고 어디서 왔는지 몇 Km를 보행하는지 정도 알 수 있다면 대화를 나눌 거리도 생기고 덜 심심하지 않을까?


짧지 않은 코스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확실히 해서 근육이 놀라지 않게 충분히 풀어준다.


국제대회 명성에 걸맞게 외국인 참가자들도 꽤나 보인다. 사진을 찍은건 영국에서 온 부녀지간. 대회 중간중간 덴마크, 독일, 헝가리, 노르웨이 등 거의 유럽국가 사람들이 많이 참가를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회 시작전. 대회 동안 몇 걸음을 걷고 실 보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갤럭시 5의 기능인 만보계 스크린샷을 저장해 놓았다.


6시 10분 쯤. 대회 시작.

위 지도와 같이 12시간 안에 50km를 완보하여 출발지로 돌아오면 된다. 오른쪽 위와 같이 50km의 실 코스거리가 47.7km라고 나와있다.


첫번째 체크포인트. 지도에 나와있듯이 50km구간은 3개의 체크포인트를 거쳐야 한다. 시작전 부여받은 체크포인트 확인 페이퍼에 구간별 확인 도장을 찍어 완보후 제출해야  인정이 되어 완보증을 받을 수 있다.


오전 내내 안개가 가득 끼어 가시거리가 꽤나 짧았다. 게중에 보이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


12km구간 정도부터 시작되는 임도(林道)구간. 첫 임도구간은 치악산 산길을 걷는 구간이다. 어느 정도 산에 오르니 아래로 안개가 가득낀 등성이와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들이 보인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집에 계신 어머니께 단풍 사진을 몇장 찍어 보내드렸더니 좋아라 하신다. 


코스 중간중간 갈림길에 다달으면 방향을 표시해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혹여 갈림길에 방향표지판이 없다면 걷던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된다.


두번째 임도구간인 매지파크. 역시나 울긋불긋 단풍이 든 모습이 아름답다.


매지파크를 내려오면 장승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회촌마을이라는 곳과 이 산을 지켜주는 장승. 


빨갛게 지도상에 표시된 곳이 내가 걸어온 매지파크 임도구간.


회촌마을에 접어드니 저 멀리 내가 걸어온 산등성이가 보인다.




이곳 회촌마을은 소설 '토지'의 작가인 故 박경리 선생이 세우신 문화관이 자리 잡은 마을이다.


저 멀리 보이는 토지문화관. 마을 전체가 박경리 선생의 얼을 기리는 문화파크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관 앞에 수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무슨 행사가 열리는 중인것 같았다. 궁금하였지만 나의 본분인 걷기대회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시 걷는 일에 집중.


마을 입구에 세워진 풍물놀이 동상. 오랜만에 느끼는 이런 토속적인 분위기가 참 좋더라.


마을에서 나와 국도에 접어 들자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자 따사로운 햇살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막국수의 본고장인 강원도에서 막국수가 먹고 싶어 한 집을 찾게 되었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가서 허기나 채우고 나오려고 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아주 괜찮은 막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자세한 후기는 차후에 따로 포스팅 하도록 하겠다.


막국수집을 나와 조금 걸으니 명문 Y대 원주캠퍼스가 보인다. 아무리 지방캠퍼스라지만... 학교 규모가 굉장히 초라해 보인다. 학교 앞에 학생들이 몇몇 보이는데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지... 전부 학교마크와 이름이 새겨진 야구점퍼를 입고 주변을 거닐더라...


대회연맹에서 준비한 코스 중간중간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 막국수를 먹고 나서인지 굉장히 유용하게 중간중간 사용하게 되었다.


코스 거의 끝자락 40km구간 쯔음. 마지막으로 접어든 시골 마을에 펼쳐진 황금벌판.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직 수확하지 않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실 35km구간 정도 부터 이미 내 다리가 말을 잘 듣지 않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무슨 패기인지 대회 시작후 점심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짐한번 풀지 않고 단 한번 앉아 쉬었던 기억이 없다. 한 번 눌러앉으면 그대로 퍼져버릴것 같은 걱정에서 였던지 쉬지 않고 걸었왔었다. 그래서 이후 사진을 찍을 정신도 없이 이제는 무조건 도착만 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체크포인트들을 다 지나 출발지인 따뚜경기장으로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시간 오후 4시 10분가량. 보행시간 10시간 가량. 실 보행거리 49.73-3.22=46.51km. 실 걸음수 66591-3993=62598걸음. 실로 굉장한 수치지 않는가. 뭐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혼자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대회가 끝나자 마자 다음날 일정 때문에 부산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친 나를 부산으로 데려다줄 시외버스. 버스를 타자 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위에 나온 인식표를 보고 대회 중간중간 어르신들이 말을 많이 걸어주셨다. 지역이 부산이다 보니 멀리서 왔다고 놀라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젊은 사람이 혼자 이런걸 한다고 대단하다는 분들도 계셨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주변 사람들의 좋은 말까지 들리니 더할 나위 없이 대회를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100km코스를 완보하기 위해서 나는 앞으로도 장거리 걷기대회를 도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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